
1. 아스피린이란?
아스피린은 최초로 합성된 해열·소염 진통제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진통제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약물이이 약물은 특이하게도 용량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데요, 고용량인 500mg은 해열, 진통, 소염제로 쓰이며, 저용량인 100mg은 주로 심근경색, 뇌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쓰입니다. 최근 아스피린 복용에 대한 지침이 바뀌어 이를 장기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1) 진통제로 시작한 아스피린
아스피린은 ‘아세틸살리실산’ 합성에 성공하면서 탄생했다. 아스피린의 아세틸살리실산 성분은 염증, 발열, 통증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하여 소염진통 작용을 합니다. 따라서 아스피린 500mg은 두통, 치통, 생리통, 관절통 등의 다양한 통증과 감기 증상완화에 효과적입니다.
단, 아스피린 500mg은 위장출혈 부작용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스피린의 산성 성분은 장 점막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따라서 매일 3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이 약물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아스피린 복용 후 위장관 출혈이 의심되는 토혈, 혈뇨, 멍, 객혈, 검은 변이나 호흡곤란, 두드러기, 발진 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하고 또한 15세 미만의 소아에게는 매우 신중히 투여를 고려해야 합니다.
2)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쓰이는 저용량 아스피린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심혈관계 위험성을 줄이는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물입니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벽 안에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이 쌓여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동맥경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상황이 혈전으로 이어져 혈관이 막히면 뇌졸중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이러한 혈전 생성을 억제해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혈관질환의 재발과 이와 관련된 사망을 예방합니다.
2019년 미국심장협회의 진료지침을 통해 출혈위험이 낮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40~70세 성인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의 일차예방을 위해 저용량(70~100mg) 아스피린의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환자는 2차 예방효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스피린은 혈전생성을 억제해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혈관질환의 재발과 이와 관련된 사망을 예방합니다.
2. 치과에서의 아스피린
치과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내원합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점점 나이가 들수록 치과를 찾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지병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대학병원은 조절되는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부터, 신장이식이나 골수이식 등 큰 수술을 앞둔 환자까지 다양한 병력을 가지고 내원합니다.
치과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피가 날 수 있는 진료 시 환자들이 어떤 약을 먹고 있는 지입니다. 아무래도 잇몸치료를 한다거나 발치 및 임플란트와 같은 출혈 동반 치료가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피를 묽게 만드는 약을 먹는 중이라면 진료 후에도 지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가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항혈소판제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항혈소판제로는 아스피린이 대표적이며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아스트릭스 등이 있습니다. 아스피린은 처음 개발된 항혈소판제이며, 특허가 풀린 후 많은 회사에서 유사 성분을 바탕으로 약을 개발해서 다양한 상품명이 존재합니다. 복용 중인 약의 이름이 다르더라도 항혈소판제 계열이라면 동일한 작용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보통 아스피린은 소염진통제로서 열이 나거나, 두통 및 근육통이 있을 때 복용합니다. 하지만 기존 용량에서 20% 이하로 줄인 저용량 아스피린은 혈관 내에 생기는 혈전을 막아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춥니다. 혈전이 혈관을 막아 발병하는 질환으로는 협심증,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뇌경색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질환을 앓거나 과거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아스피린을 복용합니다. 또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심한 경우에도 예방 차원에서 복용합니다. 피가 묽어지면 쉽게 혈전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치과 치료 전에는 아스피린을 무조건 끊어야 할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또 다른 항응고제인 와파린에 비해 아스피린은 지혈 억제 효과가 낮기 때문입니다. 발치나 임플란트 수술 등을 받을 때도 출혈은 발생하지만, 지혈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2017년 치의학 임상 연구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환자의 일반적인 건강 상태는 치과 시술보다 중요하며, 치과 수술 시 지혈 방법을 통해 출혈을 잘 조절하면서 아스피린을 포함한 항혈소판제 복용을 중단하지 않고 치료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피가 멈추지 않는 부작용이 환자 입장에서는 걱정되겠지만, 아스피린 복용 중단으로 혈전이 발생한다면, 이는 생명에 더 큰 위협이 됩니다.
그래서 대학병원에서는 주치의가 약물 중단 필요 여부를 시술 전에 서류상으로 확인합니다. 보통 환자가 협심증,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스텐트 수술, 뇌경색이 있거나 있었다면, 아스피린을 되도록 끊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외의 경우라면 최대 일주일 정도 단약을 권유합니다. 그리고 치과 진료가 끝나면 지혈 확인 후 다시 아스피린을 복용합니다.
아스피린 복용과 관련해서는 치과 진료 외에 내시경 검사에서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내시경 검사 시에도 출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지혈이 되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소화기학회와 아시아 태평양 소화기 내시경학회가 2018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출혈 위험이 큰 초고위험 내시경 시술이 아니라면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항혈소판제 복용 시 출혈의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너무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신 치과 진료에 앞서 아스피린 복용 유무를 꼭 이야기해야 치과의사로서 여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